BanG Dream!

이름에 대하여

뱅드림 사요츠구

타인의 이름을 부르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모두를 허물없이 이름으로 부르는 경우, 꼬박꼬박 존대하는 경우, 제멋대로 별명을 지어 부르는 경우, 관계와 거리감에 따라 호칭이 천차만별인 경우. 히카와 사요의 경우는 단순하고 명징했다. 상대가 같은 밴드의 멤버이든 말 한 번 안 섞어본 동급생이든 상관없이 성에 ‘씨’를 붙여서. 정중하고 정석적인 그 나름의 규칙이었다.

“주문하시겠어요, 사요 씨?”

“네, 하자와 씨. 초코 칩 쿠키랑 카페라떼 한 잔 부탁 드려요.”

사요가 앉아있는 곳의 이름은 하자와 카페였다. 이곳 상점가 가게들이 대개 그렇듯 꽤나 정직한 작명이다. 사요가 츠구미를 부르는 이름과 카페의 이름이 같은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츠구미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가게라고 했다. 츠구미는 줄곧 가족을 도와 카페 점원 일을 하고 있었다. 자신의 성이 자수로 새겨진 갈색 앞치마는 츠구미에게도 제법 잘 어울렸다.

“주문하신 쿠키와 음료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요는 츠구미가 가져다 준 쟁반을 앞에 두고 생각에 잠긴다. 그릇에 적힌 상호를 바라보다 이 카페에 오곤 하면 반겨주는 점원이자 지인의 이름에게로 사고가 옮겨진 탓이다. 하자와 츠구미, 하자와는 한자로 羽沢, 츠구미는 그대로 つぐみ, 히라가나를 써서. 날개깃을 뜻하는 글자와 동음이의어 덕에 가장 먼저 연상되는 것은 자그마한 갈색 새다. 화려한 비상은 아닐지라도 날개를 펴는 새. 그 새가 힘차게 하늘을 날아가는 형상이 사요의 뇌리에 스쳤다. 츠구미, 입 모양으로만 속삭이듯이 중얼거려본다. 다큐멘터리에서 봤던 개똥지빠귀가 종종 걸음을 걷는 모습에 소꿉친구들이 붙인 ‘츠구하다’는 표현처럼 이곳저곳을 바쁘게 뛰어다니는 츠구미가 겹쳐진다. 츠구미라, 정작 자신은 소리 내어 발음해본 적 없지만 무척 주인다운 이름이라는 생각을 하다 불쑥 튀어나온 기억에 그렇지 않다고 깨달았다. 단 한 번, 가게 앞의 잭 러셀 테리어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우연히 만난 츠구미가 말을 걸었을 때 무심코 당황해 츠구미 씨, 라고 부른 적 있었다. 답지 않은 실수였다. 츠구미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아 그대로 넘어가버렸지만. 사요는 집어먹던 쿠키가 동이 났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아쉬움을 남기듯 입안에 단맛이 감돌아 추가 주문을 하려다 카운터를 지키고 있는 츠구미를 보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시 한 번 츠구미 씨, 라고 불러봐도 괜찮을지도 모른다. 츠구미도 자연스럽게 받아주지 않을까.

“하자와 씨.”

갑작스러운 충동에 응하는 대신 사요는 평소대로의 호칭을 썼다. 지금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별 거 아닌 규칙일지라도 고지식한 자신은 깨버리기 쉽지 않다. 다른 사람의 이름을 부를 때는 성에 ‘씨’를 붙여서, 예외라면 같은 성의 가족인 히나 정도. 그러므로 하자와 츠구미는 사요에게 하자와 씨인 것이 맞다. 오래 교류한 사이도 아닌 츠구미만 특별 취급하는 것은 어색하니까. 그게 좀 더 사요다운 일일 터였다. 그렇지만 츠구미, 라고 사요는 다시 중얼거려 본다. 단 한 번 불러봤을 뿐인데 이상할 정도로 편안한 울림. 언젠가 그때 입에 담았던 이름이 익숙한 것이 될 수 있다면.

“네, 사요 씨?”

“쿠키, 맛있네요. 추가해주시겠어요?”

그건 어쩌면 기쁜 일일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막연히 생각했다.

자급자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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