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우리는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 쿄마미

커튼이 반쯤 쳐진 창문 사이로 따스한 햇볕이 비친다. 거실에 부드럽고 다정한 음악이 흘렀다. 오후의 티타임. 코끝을 간질이는 홍차향이 향긋했다. 나는 방바닥에 벌러덩 드러누워 입을 벌렸다.

 

“마미, 케이크 먹여줘.”

 

내 투정에 너는 곤혹스럽게 웃는다. 창문가에 있는 네게 햇빛이 와 앉는다. 햇빛이 비친 머리카락이 금빛으로 빛나고 하얀 살결은 투명하다. 새삼스럽지만 두말할 나위 없는 미인이다. 너를 처음 본 순간 생각했다. 그렇게 금빛 눈동자에 다정함을 담아 환하게 미소 지으면 누구라도 매료될 수밖에 없을 거라고. 너를 그저 올려다보기만 한 적도 있었다. 진심을 담아 동경하고 존경했다. 나 같은 건 어울리지 않는 고고한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안다. 네가 뿜어내는 화려함이 딛고 있는 위태로움을. 내가 그렇듯 너도 결국 한 명의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정말, 어린 애처럼 굴면 곤란하다고?”

“아앙-.”

“후후. 어쩔 수 없다니까....”

“마미가 먹여주는 게 더 맛있는 걸 어떡해.”

“선배를 놀리면 못써. 사쿠라 양.”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평온한 낮이다. 나와 너의 과거를 생각하면 더 그렇다. 겁먹어서 너를 상처 입힌 채 도망쳐놓고 돌아와 이러고 있다니 염치없다고 욕먹어도 할 말은 없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는 것이 더 비겁하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어리석은 나지만 조금쯤은 깨달은 것이다. 무엇이 정말로 너를 위한 것인지.

 

“자, 마미도 아~ 해봐.”

“응?”

“기브앤테이크. 난 착한 후배니까~.”

“그래그래. 아~”

 

못 이기는 척 장난을 받아주는 너를 바라보며 케이크 조각을 우물거렸다. 부드러운 생크림과 폭신하고 너무 달지 않은 시트. 너무도 너다운 맛이라 문득 기분이 나빠진다. 너는 처음부터 이런 사람이었는데. 네가 얼마나 섬세한 마음을 품고 있는지 어렴풋이 알고 있었으면서도, 나는. 케이크의 뒷맛이 은은하게 남았다. 홍차를 벌컥 들이켜 입안에 남은 단맛을 지워버렸다. 복잡한 마음이 버거워 다시금 누워 눈을 감았다.

 

“배부르니까 졸려~.”

“낮잠도 좋지만 순찰 가야지, 사쿠라 양.”

“나 잘래. 마법소녀는 휴업.”

“어머, 마법을 써서라도 깨워서 갈 테니까 걱정 마렴.”

 

짐짓 엄하게 말하는 네 목소리마저 포근하다. 너와 함께하는 한낮의 다과회. 직접 만든 케이크와 정성껏 우려낸 홍차. 흐르는 음악처럼 차분히 지속될 것만 같은 안온한 시간. 너와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이런 날들을 보내는 것을 남몰래 품은 죄악처럼 꿈꿔왔던 날들도 있었다. 하지만 글쎄, 이 낮이 지나면, 우리는.

 

“그렇지만 곡이 너무 자장가 같다고.”

“너무한걸. 바흐 평균율 조곡 846번 전주곡이야.”

“그 말 들으니까 더 졸려졌어.”

 

나른한 오후의 평화는 영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안다. 마미의 가족도 나의 가족도 죽었다. 사야카도 바보처럼 사라져버렸다. 소중한 것들은 전부 손 안을 떠나 멋대로 흩어져간다. 그것이 마치 삶의 방식인 것처럼 그렇게 살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것들을 떠나보낸 채 남아있는 우리는.

 

“홍차 한 잔 더 줘, 마미.”

“알았어. 여기서 잠깐만 기다리렴?”

 

나른하게 박제된 채, 조금은 권태롭게, 그럼에도 서로의 온기로 목을 축인 채로 계속해서 살아갈 것이다. 남겨져버리는 것이 익숙한 외톨이끼리 등을 맞댄 채. 외로움을 달래듯이 지루함을 달래며. 언젠가 원환의 이치가 우리를 인도할 그날까지.

자급자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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