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nG Dream!

세계는 사랑에 빠져있어

뱅드림 츠구사요

돌이켜보면 나는 항상 모두의 등을 보고 있었다. 무척 어렸을 때부터 소꿉친구들과 함께였고 친구들과 달리 평범한 나는 앞서가는 모두와 함께 걸어가기 위해 더 노력해야만 했다. 그래도 괜찮았다.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으니까. 모두가 한 걸음 걸어갈 때 나는 두 걸음, 두 걸음 걸어갈 때 다섯 걸음이라도 걸어가 쫓아가면 되니까. 그런 나를 보며 친구들은 말하곤 했다. 츠구는 너무 츠구해~. 너무 무리하지 않아도 되는데. 츠구의 그런 점이 좋은 거지만!

 

잠이 오지 않는 밤, 이불을 뒤집어쓰고 우리들의 석양을 홀로 떠올리며 곱씹어본다. 나는 정말로 괜찮았을까. 왜 나는 이렇게 평범한 걸까. 나도 조금만 재능이 있었더라면, 그냥 남들처럼만 해도 그만큼의 결과가 나오면 좋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곧바로 털어내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주저앉아 있을 시간에 한 걸음이라도 더 나아가는 편이 나으니까. 성실함, 노력, 친구들이 나의 장점이라며 치켜세워주던 그런 것. 그것들이 나의 자랑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당연했으니까. 내세울 것 없이 평범한 나는 당연히 그래야만 했으니까.

 

 

“아, 파스파레의 신곡이네요.”

“네! ‘세계는 사랑에 빠져있어.’ 노래가 무척 좋더라고요.”

 

로젤리아의 기타, 히카와 사요 씨. 서로 얼굴과 이름 정도만 알던 사이였지만, 과자교실을 계기로 사요 씨는 하자와 카페에 종종 찾아오기 시작했다. 자리로 다가가 주문을 받고 있었는데, 마침 카페의 선곡이 바뀌자 사요 씨가 잠시 멈칫하더니 입을 열었다. 카페 일을 돕다 손님의 주문을 기다리며 지루해질 때는 가게 안에 흐르는 배경 음악에 귀를 기울이곤 했다. 좋아하는 만화가 떠오르는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기억에 남은 곡이었다.

 

“…….”

“사요 씨?”

 

사요 씨가 말이 없어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이 보컬의 도입부가 끝나고 기타 솔로가 시작됐다. 히나 선배의 기타 소리가 카페에 잔잔히 흘렀다.

 

“사실 전 히나의 음악을 피하곤 했어요. 동생의 기타를 마주하는 게......두려웠던 걸지도 모르죠.”

 

짧은 침묵을 깨고 복잡한 표정을 짓던 사요 씨는 이윽고 미소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이젠 도망치지 않으려고 해요.”

 

그 후로 그 노래를 들으면 사요 씨를 떠올리곤 했다. 천재인 쌍둥이 동생과 자신을 비교해버리고 초조함을 느끼곤 했던 사요 씨. 이제는 동생을 마주보겠다는 다짐을 하는 사요 씨. 사요 씨는 분명 힘들었을 거야. 하지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강한 사람이겠지. 멜로디의 흐름보다도, 가사의 내용보다도 사요 씨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나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가장 소중한 사람의 뒷모습이 짐으로 느껴지는 순간을, 그 등을 보며 안달하고 조급해하는 마음을. 친구들에게 걸맞은 내가 되고 싶어. 보조를 맞춰 주며 걷지 않아도 따라갈 수 있도록. 그건 어쩌면 강박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너무도 소중하기에, 나보다도 아끼는 존재이기 때문에 더 그럴 수밖에 없게 만드는.

 

 

“안녕하세요, 하자와 씨.”

“아, 사요 씨. 안녕하세요!”

 

이제는 일상이 된 사요 씨의 방문을 맞아 나는 반갑게 웃으며 인사했다. 사요 씨도 미소로 답한 다음 자리를 잡고 앉았고, 나는 메뉴판을 들고 주문을 받기 위해 다가가던 참이었다. 스피커로 재생되던 음악이 끝나고 다음 곡이 시작됐다. 세계는 사랑에 빠져있어. 너무 많이 들어 귀에 익은 노래였다. 들을 때마다 사요 씨에 대해, 사요 씨가 짊어지고 있었던 것들에 대해, 그리고 우리들에 대하여 생각하게 만들었던 곡. 사요 씨와 나는 닮았다. 우리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함께 있을 때면 서로에게서 서로를 보고 있으니까. 그 덕에 소꿉친구 다섯 명에서 항상 몰려다니곤 했던 나의 세계에, 갑작스레 낯선 타인이 끼어들 수 있었을 것이다. 사요 씨는 자리에 앉아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햇빛을 받아 녹색 머리카락이 반짝인다. 곧은 자세는 흐트러짐이 없다. 좀처럼 말을 붙이기 어려운 엄격하고 차가운 인상의 사람이다. 하지만 곧 사요 씨는 내가 다가왔다는 것을 알아챌 거고, 단단해 보이는 무표정이 풀어진 그 순간 우리는,

 

어쩌면 이런 내가 다행일지도 몰라. 부족한 나라서, 모두의 등을 쫓을 수밖에 없는 나라서...당신을 이해할 수 있으니까.

 

난생 처음으로 든 찰나의 생각에, 스스로도 당황하고 있을 때 불현듯 카페에 흐르는 노래의 가사가 선명하게 들렸다.

 

세계는 사랑에 빠져있어

 

빛의 화살이 가슴을 찔러

 

전부 알고 싶어

「저기, 들려줘」

 

사요 씨가 이쪽을 바라본다. 갑자기 우리가 처음으로 만났을 때가 떠오른다. 가슴을 쿡쿡 찌르는 낯선 감각. 하자와 씨에 대해서 더 알려주셨으면 좋겠어요. 네, 기꺼이! 저도 사요 씨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어요. 함께 나누었던 말들이 귓가에 윙윙 울린다. 사요 씨, 올곧은 눈동자,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 커피 잔을 들던 가느다란 손가락, 줄곧 보여주던 다정한 미소, 히카와 사요. 머릿속이 온통 뒤죽박죽이 된다.

 

“하자와 씨?”

 

만화 속 달콤한 묘사와 달리 사랑에 빠진 세계는 예전과 다르지 않다. 단 하나 달라진 것이 있을 뿐이다. 나는 가빠진 숨을 내쉬고 메뉴판으로 달아오른 뺨을 가리며 깨달아야했다. 나의 첫사랑이 시작됐다는 사실을.

 

자급자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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