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신곡, 나쁘지 않았어.” 막 내온 커피를 식히며 유키나가 말했다. Afterglow의 새 앨범이 나온 김에 근황을 나누자며 유키나가 제안한 자리였다. 란과 유키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꾸준히 교류하고 있었다. Roselia는 메이저 데뷔 후 실력파 밴드로 이름을 알리고 있고 Afterglow도 나름의 팬층을 보유한 인디 밴드로 활동중이다. 살가운 ...
“히나 선배, 복도에서 뛰면 안 돼요!” 복도를 달리는 히나를 쫓으며 츠구미가 소리쳤다. 원래 ‘츠구하다’는 별명만큼이나 여기저기 바쁘게 다니던 츠구미였지만 요새 부쩍 더 분주해졌다. 학년이 올라간 후 부학생회장이 된 탓이었다. 더 정확히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학생회장 때문이었다. 학생회장이면서 복도를 뛰어다니며 교칙을 어기기는 예사, 상상도 못한 발상을 ...
어느새 계절은 더운 여름이라, 조금만 걸어도 땀이 눅진했다. 유독 길게 느껴지던 오후 수업이 끝난 뒤의 하굣길이었다. 하늘만은 맑은 날씨답게 청명했고 카논은 길을 걸으며 하늘을 해파리처럼 헤엄치는 구름을 바라보았다. 더위도 식힐 겸 두 사람은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시원한 캔커피 하나를 집어 든 미사키가 카논의 손에 들린 라무네를 보고 말했다. “여름- 이라...
“아 하자와 씨, 그 입욕제, 감사했어요.” 자리에 앉아 가방을 정리하던 사요가 주문을 받으러 온 츠구미에게 말을 건넸다. “색과 향도 기분 좋고, 피로도 더 잘 풀리는 것 같고. 효율적인 목욕이 가능하더군요. 좋은 컨디션을 위해 입욕제를 평소에 써보는 것도 괜찮을 거 같아요.” “정말요? 기뻐라~. 마음에 드셨다면 다행이에요!” “네. 하자와 씨의 안목이...
“하자와 씨, 막대 과자를 만들어봤는데, 받아주시겠어요?” 귀엽게 포장된 수제 포키를 건네받은 츠구미가 환하게 웃었다. “와, 감사해요! 사요 씨, 과자 만들기가 능숙해지셨네요.” “하자와 씨가 잘 가르쳐주신 덕분이죠. 이마이 씨도 도와줬고요.” 시판되는 포키보다 조금 두툼한 과자에는 색색깔의 토핑이 뿌려져 있었다. 제법 그럴 듯한 모양새다. “이마이 씨가...
카논이 일본을 떠난다. 3학년은 졸업을 하고 그 밑은 진급을 하는 시기였다. 졸업생이 떠난 교정이 쓸쓸하지만 새로운 시작에 들뜨는 겨울날. 카논이 악의 무리에 납치된 거라면, 원하지 않는데 억지로 떠나는 거라면 기적처럼 구해낼 수 있을 것이다. 헬로해피월드는 그런 곳이니까. 삶의 사건들은 동화 속 이야기처럼 선명하지 않다. 카논은 진학하고 싶은 대학이 외국...
미사키는 카페에 앉아 토익 문제집을 보고 있었다. 문제를 풀다 목이 뻐근해져 고개를 들었는데 어딘가 낯익은 인영이 시야에 잡혔다. 막 음료를 받아와 앉을 자리를 찾는 정장 차림의 여성이 누구인지를 깨닫고 황급히 놀라 시선을 돌리려고 했던 그때, 눈을 마주쳤다. 상대는 눈이 동그래지더니 미사키 쪽으로 다가왔다. “미사키....쨩? 맞지?” 카논의 포근한 목소...
1. 한낮의 태양이 빛을 내려 숲이 선명한 초록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하늘을 가린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며 흔들리는 햇빛을 바라보던 소녀는 두 손을 모아 기도했다. 찌르듯 스친 태양이 눈부셔 소녀가 눈을 감았다 뜬 순간 높다란 나무 위에 걸터앉은 낯선 아이가 보였다. “넌 누구야?” “나? 히나! 히나라고 불러.” “난 마루야마 아야! 저기 낮의 신전에서 살...
타인의 이름을 부르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모두를 허물없이 이름으로 부르는 경우, 꼬박꼬박 존대하는 경우, 제멋대로 별명을 지어 부르는 경우, 관계와 거리감에 따라 호칭이 천차만별인 경우. 히카와 사요의 경우는 단순하고 명징했다. 상대가 같은 밴드의 멤버이든 말 한 번 안 섞어본 동급생이든 상관없이 성에 ‘씨’를 붙여서. 정중하고 정석적인 그 나름의 규칙...
*중세풍 판타지 AU 검이 허공을 가른다. 결벽할 정도로 단정한 몸짓이다. 사요는 혼자 검술 수련을 하고 있었다. 검을 잡으면 언제나 느껴지는 정신이 또렷해지는 감각, 그 선명함. 휴식도 채 취하지 않고 수련을 이어가고 있는데 인기척이 느껴졌다. 사요는 경계를 세우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풀숲 너머로 사람의 그림자가 불쑥 튀어나왔다. “네가 히카와 사요인가....
“하자와 카페의 커피에는 특별한 점이 있나요?” 해질녘이 되어 노을이 지고 창밖의 풍경이 점차 어둠에 잠겨갈 즈음이었다. 하자와 카페에 들러 시간을 보내던 사요가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물었다. 뜻밖의 질문에 츠구미의 눈이 조금 동그래졌지만 이윽고 기운찬 대답이 돌아왔다. “물론이에요! 매일 신선한 원두를 볶아 정성껏 우려내는걸요. 아빠는 사소한 부분까지 신...
*실제의 별과 다른 묘사는 사요 시점이라 그런 거라고 생각합시다.... “아, 저기 있다!” 해가 진 공기의 어스름이 짙어질 무렵이었다. 같이 걸어가던 하자와 씨가 작게 내뱉은 탄성에 의아해하며 돌아보자 하자와 씨는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아, 제가 가장 먼저 뜨는 별을 찾는 게 특기거든요. 특기라고 할 만한 것도 아니지만...” 그 말에 하늘을 바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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